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일 것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경기를 즐기고 감동을 만끽하게 하는 전세계적인 축제다.
하지만 때때로 감동보다 분노를 자아내는 경기가 있다.
특히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챙겨 본 한국인이라면 절로 떠오르는 경기들이 있다.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한 올림픽 경기 4개를 소개한다.
1. 안톤 오노 ‘할리우드 액션’
첫 번째는 지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열린 경기이다.
김동성은 1,500m 결승전에서 미국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를 만나게 된다.
당시 김동성은 최정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후반부에 안톤 오노가 전력을 다해 따라붙었지만 결국은 그를 제치지 못했다.
오노는 마지막 코너에서 마치 김동성이 의도적으로 블로킹을 했다는 듯 할리우드 액션을 크게 취했다.
금메달을 확신했던 김동성은 경기 후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지만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심판 제임스 휴이시는 그를 실격 처리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김동성은 망연자실한 채로 그 자리에 굳어 있어야 했다.
이 경기에 크게 한이 맺힌 김동성은 몇 개월 뒤 치러진 몬트리올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에서 일명 ‘분노의 질주’라 불리는 레전드 경기를 치른다.
일반적으로 쇼트트랙 선수들은 최대한 효율적인 루트와 에너지를 계산하며 경기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서로의 몸을 바짝 밀착한 채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김동성은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
경기 시작 직후 일부러 뒤로 빠진 뒤, 앞 선수들이 인코스를 공략하기 전 앞으로 빠르게 치고 나간 것이다.
보통의 선수들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 초반 속도를 조절하는데 김동성은 초반 파워를 전혀 아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를 보여줬다.
마지막 바퀴 때 김동성은 이미 다른 선수들과 한 바퀴 반 이상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른 선수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한 채 그의 질주를 바라 봐야만 했다.
2. 신아람, 영원히 멈춘 ‘1초’
다음은 2012년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전이다.
이날 런던 올림픽에서는 역사상 가장 긴 1초를 볼 수 있었고 이는 전국민을 분노케 했다.
신아람과 브리타 하이데만은 연장승부까지 갈 정도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둘은 5 대 5 동점인 상태였고 이 경기가 비긴 채 끝난다면 경기 시작 전 어드벤티지를 얻은 신아람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1초 전 시간이 줄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데만은 1초 동안 총 4번의 팡트(찌르기)를 시도했고, 신아람은 마지막 팡트에서 수비에 실패했다.
심판은 6 대 5로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했다.
4번의 공격이 이뤄지는 동안 심판 그 누구도 이상한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심재성 한국펜싱대표팀 코치는 이 경기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30분 가량 심판진과 논의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신아람은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피스트(마룻바닥)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트렸고 이를 본 국민들은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3. 김연아 제친 소트니코바
한국인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최악의 판정은 바로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김연아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경기이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확정 지은 상태였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싱글 쇼트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그녀는 기복 없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뛰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점수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경기 후 공개된 심판들의 점수표가 공개된 후 논란이 됐는데, 한 심판이 김연아의 2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 0점의 가산점을 준 것이다.
또한 점프3에서 가산점을 3.67점밖에 받지 못했으며 스텝시퀀스와 레이백스핀도 레벨4가 아닌 레벨3를 받았다.
당시 방송에서 영국 BBC 방송의 여자 피겨 경기 해설자가 “레이스백스핀과 스텝시퀀스에서 레벨 3밖에 받지 못했다. 당연히 완벽한 레벨 4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한 다소 낮은 예술 점수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녀의 예술 점수에 비선호를 체크한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가산점만 8.66점을 받으며 홈 어드밴티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당시 심판진 중 평가에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컨트롤러’는 러시아 빙상 연맹 부회장 알렉산더 라크르니크였다.
때문에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등급을, 경쟁자이자 유력한 메달 후보인 김연아에게는 낮은 등급을 부여했을 것이라는 추축이 일기도 했다.
결국 김연아는 완벽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쇼트 74.92점 + 프리 144.91점으로 총 점수 219.11을 받았다.
그리고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쇼트 74.64점 + 프리 149.95 점으로 총 점수 224.59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이는 유럽선수권에서 세웠던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인 131.61보다 18.32가 넘는 기록이었다.
사람들은 소트니코바의 경기에 “홈버프가 너무 강력했다”, “퍼주기식 점수다”라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경기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김연아는 은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다.
4. 최민정, 의문의 실격
마지막은 지난 13일 있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여자 500m에 참여했고 그녀는 한국인 최초 500m 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던 선수였다.
최민정은 예상처럼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킴 부탱(캐나다) 사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몇 초 뒤 심판들은 최민정을 실격 처리했다.
최민정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킴 부탱의 레이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심판은 “최민정이 킴 부탱을 추월하며 손을 짚었고 이 과정에서 킴 부탱이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오히려 킴 부탱이 최민정의 신체에 손을 댄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장면을 다시 보면, 최민정이 아웃코스에서 인으로 다시 들어올 때 먼저 부딪힌 사람은 킴 부탱이다.
최민정은 경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경기 이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한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눈물을 참는 듯한 표정을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