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근처에 자리 잡아 있던 작은 동네 문구점.
100, 200원짜리 군것질을 고르고 쭈구리고 앉아 오락을 하던 당시의 풍경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이제는 20대가 된 한 청년도 그 때의 추억이 떠올라 문구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릴 적 가난한 형편 때문에 수업 준비물을 사갈 수 없었던 A씨는 그 날도 문구점 앞에서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그를 발견한 문구점 주인 할아버지는 A씨를 달래며 왜 우는지 물었다.
할아버지의 다독임에 울음을 그친 A씨는 수업 준비물인 수수깡을 살 돈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할아버지는 수수깡 세트 하나와 100원짜리 간식을 A씨의 고사리같은 손에 쥐어 보냈다.
이후에도 할아버지는 A씨가 문구점 앞을 지날 때면 공책이나 모나미 볼펜같은 필기구를 챙겨주곤 했다.
지병 때문에 떨리는 손으로 물건을 쥐어주던 그의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했는지 모른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던 A씨는 하교 길에 문구점을 매일같이 들러 때로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할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는 문하생이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10년이 지난 뒤, A씨는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다시 문구점을 찾았다.
반갑게도 문구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할아버지 역시 옛날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A씨는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문구점에 있는 간식거리들을 있는 대로 집어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계산을 부탁한 그는 곧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A씨가 건넨 1만원을 받아 든 할아버지는 오래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돈이 담긴 통에 1만원을 넣은 후 5천원짜리 2장을 꺼내 A씨에게 건넨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자신을 향했던 다정한 눈길은 찾기 힘들었다.
이에 A씨는 “예전에 할아버지한테 도움도 받고 바둑도 같이 둔 OO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할아버지는 A씨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A씨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때 할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한 남성이 문구점 안으로 들어왔다.
이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 A씨는 할아버지가 현재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울고 있던 그를 다독여 주었던 할아버지는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 문구점은 잊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것이다.
가난하고 외로웠던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건넸던 천 원짜리 수수깡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따뜻한 정과 포근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