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했던 집배원 아빠는 다음 날 아침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에서는 ‘집배원 과로사 보고서’ 특집으로 돌연사한 집배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보도했다.
제작진은 지난 4월 숨진 故 곽현구 집배원의 집을 방문해 그의 흔적을 찾았다.
2017년 4월 25일 곽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그날 아내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피곤해하던 남편을 위해 다른 방에서 어린 두 딸과 잠을 자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아침, 아내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남편이 일찍 출근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안방에서 곽씨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그제야 아내는 침대 위에 쓰러져 있던 남편을 발견했다.
지금도 아내는 그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아내는 “남편이 일이 많아 스트레스가 많다고 자주 하소연 했다”며 “업무에 치여 휴가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곽씨의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사로, 과로사를 의심케 한다.
곽씨가 숨지기 직전 3개월 간의 근무 기록표를 살펴 보면, 그가 하루 평균 12시간 20분씩 일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주말에도 격주로 출근을 해 일주일에 평균 62시간 50분을 근무했다.
특히 당시는 19대 대통령 선거 우편물 특별소통 기간이라 곽씨는 점심시간도 없이 비상근무를 했다.
하루 평균 물류량인 982통보다 훨씬 많은 1,291통 가량의 우편물을 배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직업환경의학과 윤진하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업무 시간이 49시간 이상, 그리고 55시간을 넘어서면 위험도가 강력하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하는 도중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휴식이나 수면 중 악화된 심장 혈관이 막히며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집배원들은 성인 남성의 하루 기준보다 2.5배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작업을 하는 동안 심장 박동수는 평균 105회에 이를 정도이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야외 근무로 각종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고, 이런 작업환경은 심장에 만성적으로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2017년 한 해에만 1만 8천여명의 집배원 중 20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들 중 7명만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두렵다.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
故 이길현 집배원은 이 짧은 글귀만 남기고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글귀를 통해 집배원들의 노동강도와 근무환경이 얼마나 살인적이고 열악한지 아주 조금은 예상해볼 수 있다.
집배노조 측은 4천 5백명 가량의 인력이 충원돼야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우정부는 올해까지 300명을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알렸고, 이를 점차 늘려 2022년까지 1천명 충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집배원들의 실질적인 업무량을 고려해보면 이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 故 곽현구 집배원의 사연은 15:51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