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을 사랑한 남성은 그 여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만큼 사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둘은 이어질 수가 없는 사이였다.
여인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은 실의와 고독, 슬픔의 수렁으로 빠졌다.
그녀를 가질 수 없는 인생은 더 이상 그에게 의미가 없었다.
결국 남성은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노란 조끼, 푸른 코트를 입은 채로 권총자살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 내용은 바로 고전 명작,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책은 독일의 문화이자 세계적인 문학가 괴테의 첫 베스트셀러였는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괴테는 한 순간에 명성을 얻게 됐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그에게 열광했는데,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봐도 뛰어났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 고전주의에 대한 반항으로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당시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이성을 중시하고 형식과 관념이 최우선인 ‘고전주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점차 사회적,종교적,문화적 억압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낭만주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낭만주의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에 대한 도전, 자살을 금기시하는 기독교적 관념에 대한 반발을 극 중 베르테르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이 책으로 인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유럽의 젊은 사람들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자살을 스스로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선택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인공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베르테르처럼 노란 조끼와 푸른 코트를 입고 권총자살을 하기 시작했다.
유럽 전역에서 베르테르의 자살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몇몇 나라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작가 괴테를 향한 비난도 끊이지 않았는데, 크리스토프 니콜라이(Christoph Nicolai)작가는 모방 자살 사태를 잠재우고 독자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원작을 해피엔딩으로 각색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소설을 출판한 적도 있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ips)는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을 받아 일반인들이 모방 자살하는 현상을 집중 연구했고 과거 유럽 전역에 모방 자살 사태를 일으킨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영감을 얻어 1974년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