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해 영원한 사랑의 결실까지 맺게 된 연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훈훈함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학교 대나무 숲에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10번의 사계절을 함께 했다는 두 연인’의 사연이 소개됐다.
막 중학교에 입학한 14살의 봄, 한 소년은 친구에게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 여학생을 소개받았다.
얼굴과 이름만 알던 사이였던 둘은 문자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곧 어딜 가든 함께하는 사이가 됐다.
그들을 지켜보던 주변 친구들은 ‘언제 사귀냐’고 안달이었지만, 정작 모든 것이 서툴던 소년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는 소녀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던 한 여름 날, 정자 아래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소녀는 “나한테 할 말 없어?”라며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그 때만큼은 쑥맥이었던 소년도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알았고 “나랑 사귈래”라고 물었다.
그의 떨리는 고백에 소녀는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웠니?”라며 새침하게 웃어 보였다.
‘사랑’이라기에는 설익은 감정이었지만 그 크기는 점점 커져갔다.
집에 바래다 주던 길, 자신의 손등에 스치는 소녀의 손을 잡기까지 100일이 넘는 시간을 망설였지만 이후 그는 소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고스란히 소녀와의 추억으로 가득 채운 소년은 ‘결혼’에 대해 상상해보곤 했다.
물론 둘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수능 날 아팠던 소년은 재수를 하게 됐고, 소녀는 생애 최고 점수를 받아 원하던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하지만 변치 않는 모습으로 소년을 기다려준 소녀 덕에 소년은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결혼할 사람이 있다며 떠들고 다녔던 그는 “남들은 새내기 때 술을 배우고 사람을 배울 때, 난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여자친구는 이미 ‘사랑’이라는 단어 그 자체였고 변함없는 설렘이자 다정함, 뜨거움이었다.
그 다음 해 남자는 군입대를 했고, 그 앞에서 대수롭지 않게 ‘그냥 여행간 셈 치지’라며 손을 흔들던 여자는 일주일이 넘게 밥 한 술 뜨지 못하고 펑펑 울기만 했다.
남자 또한 울며 뒤척이다 12시가 넘어 잠이 들곤 했고, 포상전화를 한 날이면 5분동안 여자가 했던 말을 한 단어도 빠짐없이 전부 곱씹었다.
2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 받고, 휴가 때면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 둘은 위기일 수 있었던 군 생활 동안 무엇보다 서로에게 1순위였다.
제대하던 날, 여자는 아무 말없이 남자를 꽉 안아주었고 그녀의 품에 안긴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내며 ‘사랑한다’고 되뇌었다.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하고 싶은 말을 간직해왔던 그였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랑한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학생이었던 14살 처음 만난 이후, 지루할 수도 있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두 사람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신혼여행지를 고르며 아옹다옹하고 있다.
아직도 손을 잡을 때면 심장이 조금 빨리 뛴다는 그는 “한 사람이랑만 연애한 게 아깝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너무 확실하고, 상대방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답한다.
그는 “너와 보낸 봄부터 겨울까지, 10번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내가 너 없는 봄의 벚꽃을, 여름의 햇살을, 가을의 단풍을, 겨울의 눈을 생각할 수 있겠어”라며 절절한 사랑 고백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해보지 않은 것은 결혼 하나가 전부라는 둘은 그 마지막 결실을 맺기 위해 이제 결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