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튀는 불꽃, 방열복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젊은 여성 용접사의 이야기가 화제다.
여름의 초입으로 접어들면서 한낮 온도가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야외에서 일을 하는 기술자들은 더욱 버티기 힘들다.
특히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서 불꽃과 싸워야하는 조선소 용접사들은 쉽게 지친다.
그런데 남자들도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용접일을 천직으로 삼은 한 20대 여성이 있어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6년 각종 언론에서 주목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던 용접사 이인(2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다.
하지만 흑단같은 긴 머리 위에 불똥을 막아주는 두건을 쓰고 씩씩한 발걸음을 옮기는 이씨의 모습은 여느 남성 용접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딸같은 이씨가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할 때 나이 지긋한 남성 용접사들은 “왜 노동자 생활을 하려고 자청을 하느냐”며 걱정했지만 결코 이씨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의 온몸에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 생긴 멍과 화상 자국이 가득했지만 이씨는 “힘들지 않다”며 웃어넘기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사실 이씨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두 번 옮겨다니다 결국 자퇴를 하는 등 방황을 했다고 밝혔다.
꿈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는 조선업을 했던 아버지가 용접일을 하던 기억을 떠올렸고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기술을 배웠다.
물론 여자인 이씨를 용접사로 받아주려는 회사는 없었는데, 미숙한 탓도 있었지만 여성은 현장에서 버틸 수 없다는 편견이 큰게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씨는 대형 조선소 기술훈련원에 들어가 실무를 쌓고 ‘선급 자격시험’까지 통과해 어엿한 용접사로 취직하게 됐다.
그의 꿈은 여성 용접 명장이 되는 것인데, 이씨의 사연이 소개된 건 2년 전이기 때문에 지금쯤 더 능숙한 용접사가 됐을 것이다.
쇳물과 불꽃이 옷 속으로 흘러들어 피부를 태워도 장비를 놓을 수 없었던 그는 현실의 벽을 넘고 꿈을 이루며 고된 일상에 지친 청춘들에게 귀감이 된다.